크리스마스 연대기 산타를 믿어야 크리스마스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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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대기(The Christmas Chronicles, 2018)는 클레이 케이티스 감독, 커트 러셀·다비 캠프·주다 루이스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가족 판타지 영화다. 아버지를 잃고 흔들리는 피어스 남매가 산타클로스와 하룻밤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로, 크리스마스 스피릿이라는 개념을 통해 믿음과 가족의 의미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영화를 고를 때 항상 고민이 생긴다. 너무 뻔한 감동 공식이거나, 아이들에게만 맞춰진 이야기거나. 그런데 크리스마스 연대기는 그 사이 어딘가에 딱 있는 영화였다. 커트 러셀이 연기한 산타가 처음 화면에 등장했을 때, 이 영화가 보통 크리스마스 영화와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인상 좋고 둥글둥글한 할아버지가 아니라 가죽 부츠에 멋진 수염을 기른 록 스타 같은 산타. 그 순간부터 이 영화의 방향이 정해졌다. 크리스마스 연대기가 선택한 산타의 이미지 – 커트 러셀이 다시 만든 산타클로스 산타클로스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다. 클래식한 빨간 옷의 포동포동한 할아버지를 선택하면 친숙하지만 식상하고,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 산타답지 않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크리스마스 연대기는 그 사이에서 꽤 영리한 균형을 찾았다. 커트 러셀의 산타는 카리스마가 있다. 말이 빠르고 유머가 있으며 상황 판단도 빠르다. 외모도 전통적인 산타의 흰 수염과 붉은 기운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날카로운 인상이다. 이 설정이 효과적인 이유는 그 산타가 현대 세계와 접하는 방식이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잡혀가서 취조실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산타임을 증명하려 하고, 감옥에서 죄수들과 크리스마스 캐롤 콘서트를 여는 장면들이 기존의 어떤 산타 캐릭터에서도 보지 못한 장면들이었다. 커트 러셀은 이 역할을 위해 따로 수염을 기르고 외모 변신을 했는데, 그 결과가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산타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산타 그 자체처럼 보이는 경우가 드문데, 커트 러셀은 그...

도그데이즈 강아지 한 마리가 이어주는 네 개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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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데이즈(Dog Days, 2024)는 김덕민 감독, 윤여정·유해진·김서형·김윤진·정성화·다니엘 헤니·이현우·탕준상 주연의 한국 드라마·코미디 영화다. 반려견을 매개로 서로 다른 세대와 삶의 방식을 가진 인물들이 연결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으로, 반려 인구 1,500만 시대의 한국 사회를 따뜻하게 포착한 설 시즌 힐링 영화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좀 특이했다. 영화 정보를 따로 찾아보지 않고 그냥 윤여정이 나오는 강아지 영화라는 말 한마디에 보러 갔다. 그러다 보니 전반부가 코미디인 줄만 알고 봤다가 중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예상 밖의 감정선에 놓이게 됐다. 영화 제목인 도그데이즈는 영어로 'Dog Days', 일 년 중 가장 무덥고 힘든 시기를 뜻한다. 강아지 영화라는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각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제목 자체가 담고 있었다. 도그데이즈가 옴니버스 형식을 선택한 이유 – 네 이야기가 하나로 묶이는 방식 이 영화는 단일한 주인공이 없다. 민상(유해진)과 진영(김서형), 민서(윤여정)와 진우(탕준상), 선용(정성화)·정아(김윤진)·지유 가족, 현(이현우)과 그의 반려견 스팅 등 네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로 교차한다. 이 구조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반려견이라는 소재가 특정 세대나 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민상-진영 라인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구조처럼 시작한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건물주와 동물병원 원장의 티격태격.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순한 러브라인으로만 끝나지 않는 건, 민상이 개를 싫어하게 된 배경이 있고 그 배경이 결국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웃기지만 그 안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윤여정이 연기한 민서 라인은 이 영화에서 가장 묵직한 감정을 담당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지만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를 잃은 후 혼자 ...

안녕 베일리 강아지 눈으로 본 인간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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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일리(A Dog's Journey, 2019)는 게일 맨쿠소 감독, 조시 게드(베일리 목소리)·데니스 퀘이드·캐서린 프레스콧 주연의 미국 가족 영화다. 전 세계 2억 달러를 돌파한 베일리 어게인의 후속작으로, 다섯 번째 환생을 맞이한 베일리가 이든의 손녀 씨제이를 지켜보며 성장과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제작, 관람객 평점 9.5점을 기록한 따뜻한 작품이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저 아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눈을 마주치는 순간, 뭔가를 전달하려는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는 그 감각. 안녕 베일리는 그 궁금증에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답을 건넨다. 강아지 베일리의 시선으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전과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안녕 베일리가 전편과 다른 이유 씨제이라는 인물이 만드는 새로운 무게 안녕 베일리는 전편 베일리 어게인의 직접적인 후속작이다. 전편이 이든이라는 소년과 베일리의 관계를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 영화는 이든의 손녀 씨제이를 중심에 둔다. 그 변화가 이 영화를 단순한 속편 이상으로 만든 핵심이었다. 씨제이는 쉬운 삶을 살지 않는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고, 도시에서 혼자 꿈을 쫓으며 여러 번 흔들린다. 음악의 꿈을 포기할 뻔하고, 중요한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스스로 괜찮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은 누군가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베일리는 그런 씨제이 곁에서 몰리, 빅독, 맥스로 환생을 거듭하며 항상 그 순간 씨제이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이 설정이 인상적인 이유는 베일리가 씨제이를 구한다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곁에 있어준다. 씨제이가 울고 있을 때 머리를 무릎에 얹고, 혼자 집에 있을 때 꼬리를 흔들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짖어서 알려준다. 그 존재 자체가 씨제이에게 힘이 됐다. 거창한 해결사가 아니라 그냥 늘 거기 있는 존재. 그...

캐스트 어웨이 무인도 4년이 가르쳐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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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0)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톰 행크스·헬렌 헌트 주연의 미국 생존 드라마 영화로, 페덱스 직원이 비행기 사고 후 남태평양 무인도에 고립되어 4년간 생존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 세계 4억 2천만 달러 흥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톰 행크스의 체중 변화와 배구공 윌슨이라는 독창적 설정으로 지금도 회자되는 고전이다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주변 물건들을 다르게 봤다. 집 안에 있는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면서, 이걸 무인도에서 발견했다면 어떻게 썼을까 생각하게 됐다. 아이스 스케이트 날이 치과 도구가 되고, 배구공이 4년간 대화 상대가 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 당연하게 쓰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풍족한 건지 새삼 느껴진다. 그게 이 영화가 주는 첫 번째 충격이었다. 캐스트 어웨이 제작 과정이 특별한 이유 체중 증감과 1년 촬영 중단의 진짜 의미 이 영화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 보통이 아니었다. 촬영은 1999년 1월에 시작됐다가 약 두 달 만에 중단됐고, 2000년 4월에 재개돼 5월에 끝났다. 중간에 1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다. 그 이유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었다. 톰 행크스가 섬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과 4년 후의 모습을 같은 배우가 연기해야 했는데, 그 신체적 변화를 실제로 만들기 위해 제작을 중단한 것이었다. 처음 촬영에 앞서 행크스는 23kg을 증량했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페덱스 직원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무인도 초반 장면들을 촬영한 뒤 제작이 멈췄고, 그 공백 동안 행크스는 체중을 감량하고 머리카락과 수염을 길렀다. 그렇게 만들어진 몸으로 4년간 섬에서 살아온 척의 모습을 찍었다. 그 변신이 영화에서 화면을 통해 바로 전달된다. 단순한 분장이 아니라 실제 몸의 변화가 담겼기 때문에 그 장면이 훨씬 진짜처럼 느껴진다. 공백 기간 동안 저메키스 감독은 동일한 촬영팀과 함께 다른 영화를 한 편 더 찍었다. 배우의 몸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그 시간을 다른 프로젝트로 채운 것...

아이 캔 스피크 그 말 한마디를 위해 배운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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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2017)는 김현석 감독, 나문희·이제훈 주연의 한국 드라마 영화로, 8천 건의 민원을 넣은 동네 민원왕 할머니와 원칙주의 9급 공무원의 예상 밖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의 미국 의회 증언을 모티브로 했으며, 누적 관객 328만을 돌파했고 나문희는 이 작품으로 데뷔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제목 '아이 캔 스피크'는 영화 내내 단 한 번만 등장한다. 청문회장에서 의장이 "증언할 수 있느냐"고 묻는 순간, 옥분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 한 마디. 영화 전체에서 그 문장을 교묘하게 피해가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한 번 터뜨리는 연출이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었다. 동네 민원왕 할머니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그 전환,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었다. 아이 캔 스피크가 코미디로 시작한 이유 무거운 주제를 건네는 방식에 대하여 이 영화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7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됐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남긴 평이 이 영화의 기획 의도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민원왕인 할머니를 통해 분노와 슬픔을 전제로 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발랄하게 비틀어냈다"는 것. 무겁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는 대신, 코미디로 시작해서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게 이 기획이 선택된 가장 큰 이유였다. 전반부의 옥분과 민재는 철저하게 코미디다. 8천 건의 민원을 넣은 동네 골칫거리 할머니와 원칙대로만 일 처리하는 신입 공무원의 티격태격. 그 유머가 억지스럽지 않고 실제로 웃기다. 나문희가 연기한 옥분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 습관과 이웃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 일상의 디테일들이 전반부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그 코미디가 쌓여야 후반부의 전환이 제대로 작동한다. 옥분이 왜 영어를 배우고 싶어 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앞에서 봤던 모든 장면들이 다르...

뷰티 인사이드 얼굴이 바뀌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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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2015)는 백종열 감독, 한효주·박서준·이동욱·유연석 외 21명 주연의 한국 판타지 멜로 영화다. 자고 일어나면 성별·나이·국적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를 사랑하게 된 이수의 이야기로, CF 감독 출신 백종열의 데뷔작이자 인텔·도시바 광고 캠페인을 원작으로 한 독특한 탄생 배경을 가진 작품이다. 누적 관객 205만을 돌파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너의 이름은'을 구상할 때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일 아침 완전히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면 그래도 그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까. 목소리도 달라지고, 체형도 달라지고, 심지어 성별과 나이까지 달라진다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수가 매일 다른 우진을 마주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그 확신이 흔들렸다. 사랑한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사랑하는 건지,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아주 구체적인 상황으로 던진다. 뷰티 인사이드의 설정이 광고에서 시작됐다는 것 원작의 탄생 배경이 영화를 다르게 보이게 한다 이 영화의 원작이 광고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영화가 달리 읽힌다.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한 캠페인 영상 'The Beauty Inside'가 원작인데, 이 광고에서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 알렉스가 자신의 일상을 노트북으로 기록한다. 광고의 핵심 아이디어는 알렉스의 역할을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알렉스가 될 수 있다는 설정 덕분에 관객 참여형 콘텐츠로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를 받았다. 영화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면서 한국 정서에 맞게 재구성했다. 광고 속 알렉스의 직업은 노트북 사용자였지만, 영화 속 우진은 가구 디자이너가 됐다. 회사 이름이 'ALX'인 것은 원작 알렉스에 대한 오마주다. 그리고 광고에서 소비자들이 ...

파파로티 제목이 파바로티가 아닌 데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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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로티(2013)는 윤종찬 감독, 한석규·이제훈·강소라 주연의 한국 드라마 영화로, 성악 천재 건달 고등학생과 꿈을 잃은 음악 선생의 예상 밖 관계를 그린 실화 기반 작품이다. 2009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실제 인물 김호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으며, 누적 관객 171만을 돌파하며 클래식과 한국 사회 정서를 독특하게 결합한 음악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이 영화 제목이 '파바로티'가 아니라 '파파로티'인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일부러 틀린 이름이었다. 주인공 장호가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걸 제목 자체로 표현한 것이었다. 클래식의 세계에 동경은 있지만 그 입구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주먹 세계에 있던 아이. 그 설정 하나가 영화 전체의 방향을 담고 있었다. 파파로티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것 틀린 이름이 만드는 정확한 메시지 '파파로티'라는 제목은 실제로 두 가지 이유로 만들어졌다. 하나는 앞서 말한 캐릭터 설정, 즉 파바로티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성악을 꿈꾸는 장호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이유로 파바로티라는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쓰려면 상당한 저작권료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두 가지 이유가 맞아떨어져 나온 제목이 오히려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는 게 흥미롭다. 영화 속에서 장호의 부하들이 "행님이 존경하는 그 빠마로또 할배도 나비 넥타이 하셨던데예"라고 말하자 장호가 "몇 번을 말해야 되노, 파파로티다"라고 핀잔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이 이 영화 전체 분위기를 요약한다. 웃기지만 진지하고, 가볍지만 그 안에 진심이 있다. 파바로티를 파파로티로 알고 있는 건달이 콩쿨 무대에 오르는 것, 그 설정이 이 영화의 전부이자 핵심이었다. 실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가수 김호중이다. 2009년 SBS 스타킹에 '고딩 파바...